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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나는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랑을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짧지만 아름다운 사랑...
Christmas In August, 1998
감독 : 허진호제작 : 차승재각본 : 신동환, 오승욱, 허진호주연 : 한석규, 심은하상영시간 : 97분제작사 : 우노필름출시연월 : 1998년 1월 24일
▷▷ 8월의 크리스마스"는 남자주인공의 죽음을 전제로 시작한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주인공도, 죽음을 지켜보는 주변 인물도 슬픔을 겉으로 드러내거나 관객들에게 그 슬픔이나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영와 속에서 한석규는 죽음을 앞두고 찾아온 생의 마지막 사랑을 가슴 아파한다. 심은하는 그의 죽음을 모른 채 혼자서 사랑을 키워 간다. 그들의 사랑은 거리 두기의 사랑이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들은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사랑은 가슴 한 켠에 아릿하게 남는 맑은 슬픔의 사랑이다.
영화 속에서의 카메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객관적 거리를 유지한다.삶을 따뜻하고 잔잔하게 바라보고자 하는 감독의 눈은, 한 남자의 죽음과 삶을 따뜻하고 잔잔하게 바라보고자 하는 감독의 눈은,한 남자의 죽음과 그 주변의 일상을 동시에 주시한다.이러한 영화 속 인물들의 미세한 감정의 변화까지도 놓치지 않고 화면에 담아냄으로써,우리에게 사실적이고 절제된 영상 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8월의 크리스마스"에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배우들의 감성의 변화가 적절히 조화된 영상의 아름다움이 있다.
▷▷ 허진호 감독
항상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386세대인 그는 연세대 철학과와 영화 아카데미를 졸업했고, 단편영화 "고철을 위하여"로 벤쿠버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 연출부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 조감독과 시나리오 공동집필로 자신의 영화적 지평을 넓혀왔다. 첫 작품인 "8월의 크리스마스"를 통해 한국적 멜로의 전형을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아름답게 그려왔다. 가수 김광석의 영정사진에서 영화의 모티브를 떠올렸다는 그는 '죽음'이라는 소재의 무게를 잊을 만큼 '일상의 따뜻함'에 주목한다.
▷▷줄거리

정원(한석규扮)은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가 시력이 약해져서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되자 정원이 물려받은 것이다. 정원의 사진관에는 행복해보이는 가족사진과 첫사랑 지원(전미선扮)과 활짝 웃으며 찍은 흑백 사진, 그리고 아버지가 찍은 옛스런 사진이 걸려있다. 이 사진관에는 중학생 꼬마 녀석들이 여학교 단체 사진들을 가져와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을 확대해 달라며 아우성을 치는 소란스러움이, 머리 큰 여자의 에피소드가 주는 정겨움이, 젊은 시절의 사진을 가지고 와 복원해 가는 아주머니의 옛 시절에 대한 향수가,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혼자 찾아와 영정사진을 찍는 눈물 나는 사연들이 있다.
정원은 30대 중반으로 접어든다.
그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정원은 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었고 이제 겨우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정원의 곁에는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역까지 맡아 반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신구扮)와 이따금 들르는 결혼한 동생 정숙이 있다.
정원에게 얼마남지 않은 시간은 그렇게 요란하지 않게 흘러간다.
그러던 어느날 다림(심은하扮)이라는 아가씨가 나타난다.

그녀는 정원의 사진관 근처에서 주차단속을 하는 아가씨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사진관 앞을 지나고 단속한 차량의 사진을 맡기는 다림은 차츰 정원의 일상이 되어간다. 스무 살 초반의 다림은 당돌하고 생기가 넘친다. 한낮의 땡볕을 피해 사진관으로 들어와 여름이 싫다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정원은 죽어가는 자신과는 달리 이제 막 삶을 시작하는 다림에게서 초여름 과일의 풋풋함을 느낀다.
다림은 정원에게 끌린다.
그녀가 정원에게 끌리는 이유는 그가 주는 편안함 때문이다. 필름을 넣어 달라며 당돌하게 요구해도 군소리 없이 빙그레 웃으며 넣어주고, 주차 단속 중에 있었던 불쾌한 일들을 불평해도 군소리 없이 다 들어 준다.그녀는 정원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정원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원은 다림이 사진관에 오는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정원은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에 실려 간다.
정원은 다림을 보는 게 두렵다. 살고 싶어지는 게 어떤 건지 알기 때문이다.
정원의 상태를 모르는 다림은 문 닫힌 사진관 앞을 몇 번이고 서성인다. 기다리다 못한 다림은 편지를 써서 사진관의 닫힌 문틈에 억지로 우겨 넣는다. 집으로 다시 돌아온 정원은 다림의 편지와 언젠가 찍어주었던 다림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떨군다.
다림은 더 이상 사진관에 나타나지 않는다.
정원은 주차 단속원들에게 물어 근무지를 옮긴 다림을 만나러 간다. 하지만 카페에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다림의 동선을 손가락으로 그리며 지켜보기만 하다 돌아온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정원은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는다. 며칠 후 정원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간다. 다시 돌아오긴 힘들 것 같다.
크리스마스 이브. 다림이 사진관을 찾아온다.

사진관은 출장중이라는 팻말과 함께 문이 닫혀 있다. 사진관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림의 시선이 한곳에 머무는데, 놀라움이 조금씩 얼굴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돌아서 양손에 입김을 불어넣는 다림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미소를 머금은 채 떠나는 다림의 뒤로 사진관의 진열장엔 '세상에서 가장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의 사진' 이 액자에 넣어져 걸려 있다. 그 위로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진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 영화평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랑을 시작하고 있다”
홍보카피의 문구 그대로 "8월의 크리스마스"는 8월에 시작해서 12월에 끝나는 가슴시린 사랑이야기다. 죽음을 앞둔 30대 남자와 생기 넘치 는 20살 여자의 만남이 전하는 온기는 헤어짐의 슬픔보다 먼저 와서 오래 남는다. "고스트 맘마" "접속" "편지"로 이어지는 멜로영화의 새로운 전성기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정점을 맞는다. 여기엔 억지로 눈물을 짜 내기 위한 속임수가 없다. 일상의 순간순간이 과거와 현재의 접점으로 다 가올 때 빛바랜 기억은 훈훈한 정서와 여운으로 차곡차곡 쌓이고 문득 옛 날사진을 들춰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전적으로 주인공 정원(한석규)의 주관적 시점과 객관적 시점으로 이뤄져있다. 변두리 사진관 사진사인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다. 주차단속을 하는 여자 다림이 정원의 일상에 등장한 것도 그 무렵. 그러나 둘의 사랑은 “사랑해”라는 말을 나누거나 품에 안기는 식으로 전개되지 않는 다. 정원을 “아저씨”라 부르는 다림은 그의 주변에 잠시 머물렀다 사라지곤 한다. 팔짱을 끼고 걷는 것만으로도 쑥스러운 시간, 정원은 삶을 마감할 준비를 시작한다. 한석규, 심은하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는 예쁜 그림엽서 같은 영화가 아니며 "편지"처럼 노골적으로 눈물샘을 자극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접속"의 도회적이고 현대적인 정서에 호소하는 법도 없다. 군산의 한 창고를 개조 해 만든 사진관은 낡고 허술해서 한 10년전쯤으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아이들이 뛰노는 초등학교나 툇마루가 있는 정원의 집 등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시공간은 복고적이다. 이명세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공간이지만 인공적인 냄새를 내는 건 또 아니다.
죽음을 앞둔 30대 남자의 시야에 비친 일상의 공간, 그속에 한 여자가 들어와 가끔씩 감정을 뒤흔들곤 하는 것이다.
조금 퇴색한 듯 보이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시공간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가수 김광석의 영정사진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허진호 감독의 말대로 영화 전체는 정사진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밀어부친다. 카메라가 움직이는 순간은 극히 제한적이며 인물을 향해 깊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 이런 객관적 거리는 총 110여개의 신에 컷수 250여개로 이뤄진 카메라의 지속시간에 의해 더 강화된다. 대화를 할 때 일반적 어법은 둘의 표정을 나눠서 잡는 것이지만 여기선 둘을 함께 잡는 것으로 대신한다. 가족들의 대화 장면에서도 그렇다. 오즈 야스즈로의 다다미 쇼트에 영향을 받은 듯 카메라는 툇마루 낮은 위치에서 등장인물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심지어 갑작스런 엠뷸런스 사이렌소리와 더불어 정원이 병원에 업혀 실려가면서 영화의 종결부를 알리는 극적인 대목에서조차, 카메라는 클로즈업 대신 담너머에서 지켜보며 감정을 절제한다. 물론 이런 관찰자 같은 시선 때문에 관객에게 불친절한 영화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정원이 어떤 불치병에 걸렸는지, 그가 왜 옛애인을 잊지 못하는지 하는 설명적인 대목들도 과감히 생략해버렸다. 예를 들어 정원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도입부의 연결은 텅빈 운동장에서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를 회상한다거나 장례식에 갔다와 지친 나머지 다림에게 퉁명스레 대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고 치료를 받는 부분에서도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들은 나오지 않는다. 장면만 정사진처럼 찍은 게 아니라 연결까지 사진첩처럼 이어나갔다.

만약 일상에 관한 섬세한 묘사가 없었다면 완전히 방향을 잃었을 테지만 허진호 감독은 여기서 신인 감독이 흔히 범하는 오류를 피해간다. 정원이 아버지에게 비디오 켜는 법을 가르쳐주는 대목, 정원은 “전원을 켜고 이렇게 채널 4번을 누르시면 되요”라고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늙으신 아버지는 그걸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몇번씩 되풀이해 가르치던 정원은 벌컥 화를 내고 만다. 그리고 자신이 죽은 다음 혼자 남을 아버지를 위해 비디오 작동법, 현상기 작동법 같은 것을 메모로 남긴다. 울음 소리를 막으려 이불을 뒤집어쓴 채 소리죽여 흐느끼는 아들의 방 밖에서 들어가려다 망설이는 아버지의 그림자를 잡은 장면의 울림도 그런 것. 남녀가 등장해 사랑을 나눌 때 흔히 볼 수 있는 떠들썩함 같은 것도 그래서 찾아볼 수 없다. 정원과 다림의 ‘좋았던 한때’는 낙엽쌓인 밤길을 걷는 대목과 다림이 친구에게 정원이 들려준 얘기를 전할 때 나직하지만 여운이 긴 파장 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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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변두리, 나이든 아버지(신구 분)로부터 물려받게 된 정원(한석규 분)의 작은 사진관에는 중학생 꼬마 녀석들이 여학교 단체 사진을 가져와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을 확대해 달라며 아우성을 치는 소란스러움이, 머리 큰 여자의 에피소드가 주는 정겨움이, 젊은 시절 사진을 가지고 와 복원해가는 아주머니의 옛 시절에 대한 향수가,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혼자 찾아와 영정 사진을 찍는 눈물나는 사연들이 있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정원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동안 정원은 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었고 이제 겨우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정원의 곁에는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역까지 맡아 반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와 이따금 집에 들리는 결혼한 여동생 정숙(오지혜 분)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림(심은하 분)이라는 아가씨가 나타나는데, 그녀는 정원의 사진관 근처 도로에서 주차 단속을 하는 아가씨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사진관 앞을 지나고, 단속한 차량의 사진을 맡기는 다림은 차츰 정원의 일상이 되어간다. 스무살 초반의 다림은 당돌하고 생기가 넘친다. 다림은 잘못 찍어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을 놓고 정원의 잘못이라 우기기도 하고, 한낮의 땡볕을 피해 사진관으로 피해 들어와 여름이 싫다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정원은 죽어가는 자신과는 달리 이제 막 삶을 시작하는 다림에게서 초여름 과일의 풋풋함을 느낀다. 그녀가 정원에게 끌리는 이유는 그가 주는 편안함 때문이다. 필름을 넣어달라며 당돌하게 요구해도 군소리 없이 빙그레 웃으며 넣어주고, 주차 단속 중에 있었던 불쾌한 일들을 불평해도 군소리 없이 다 들어준다. 그녀는 정원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정원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다림이 사진관에 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정원. 어느날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에 실려가고, 이제는 살고 싶어지는게 어떤 것인지 알기에 다림을 보는게 두렵다. 정원의 상태를 모르는 다림은 문닫힌 사진관 앞을 몇번이고 서성인다. 기다리다 못한 다림은 편지를 써서 사진관의 닫힌 문 틈에 억지로 우겨 넣지만 사진관은 쉽게 문을 열지 않는다. 어느덧 다림도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가, 더 이상 사진관에 나타나지 않는다. 정원은 다림을 만나러 근무지로 가지만 까페에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다림의 동선을 안타까운 듯 손가락으로 그리며 지켜보기만 하다 돌아온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정원은 자신의 영정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 다림이 사진관을 찾아온다. 사진관은 출장 중이라는 팻말과 함께 문이 닫혀있다. 사진관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다림의 시선이 한곳에 머무는데, 그의 죽음을 모르는 듯 얼굴에 함박 웃음이 가득하다. 미소를 머금은 채 떠나는 다림의 뒤로 사진관의 진열장엔 세상에서 가장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의 흑백 사진이 액자에 넣어져 걸려 있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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